추임새(CHUIMSAE)

십자가–윤동주

블랙아쉬탕가 2023. 11. 8. 21:43



십자가

쫓아오던 햇빛인데,
지금 교회당 꼭대기
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.

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,
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.

종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
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,

괴로웠던 사나이,
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
십자가가 허락된다면

모가지를 드리우고
꽃처럼 피어나는 피를
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
조용히 흘리겠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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